마음이 건강하게 살고파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다 보면 끔찍한 일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일어납니다. 끔찍한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집니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다 한 번 태어나서 이 세상에서 한 번만 살다가 죽습니다. 그 한 번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한다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모릅니다. 소름이 돋지 않습니까? 그런데 삶의 여정에서 언제인가 어떤 연유로 틀어져서 제대로 자기 길을 걷지 못하게 되어 끔찍한 결과를 낳게 합니다. 어느 누가 그런 결과를 바랐을까요?

 

어떤 부모의 품에 태어났는지 하는 것부터 우리의 삶의 방향이 달라질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어느 지역에 태어났는지, 어떤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인지 수많은 요인이 우리의 일상을 주름잡게 됩니다. 지난 주 심리학교실을 끝내고 점심 먹다가 내 어머니는 아버지 흉을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아버지도 농담으로라도 어머니 흉을 보신 적이 없다고 했지요. 그 자리에 있었던 희영님과 양미님이 그런 부모를 상상할 수도 없다고 했지요. 그런 부모를 가진 사람을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내 부모님이 완벽하셨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부모 품에서 자랐습니다. 한 부모 아래 태어난 형제자매가 있어도 자기와 부모 사이의 관계는 또 다릅니다. 자신의 성향이 부모님과 잘 맞아 어울리는 경우에는 좋은 관계를 맺어 순탄하게 살게 됩니다. 자기가 태어났을 때 집안이 망했을 경우도 있고, 집안이 잘 되어 형편이 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같은 부모라도 아이들과 관계가 달라집니다. 그러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각기 다른 경향이 나타납니다. “뭐든 할 수 있어!” 하는 자신감이 있는가 하면 “남들이 뭐라 할까?” 걱정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서로를 헤아리며 협력하는 사람’도 될 수 있고,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 여기는 불신의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랜 동안 정신건강 공부방을 격주로 수요일에 하면서 우리는 자신을 될 수 있는 한 정확하게 알려고 해 왔습니다. 그리고 정신건강 사회운동을 하면서 함께 살아왔습니다. 자신만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모람들을 보면서, 서로 다른 이웃과 갈등하며 갈등을 풀어가며 함께 서로를 알아가려 해왔습니다. 처음 여기를 찾아왔을 때에는 자기중심으로 다른 사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오해하고 풀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모르면서 자기중심으로 다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인간관계 문제는 자기중심의 틀로 풀 수 없으니 답답하여 상담실을 찾은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보는 안목이 좁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차츰 다른 사람의 다른 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유연한 눈을 가지게 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돌쟁이를 안고 온 엄마가 이제는 그 돌쟁이가 대학생이 됩니다. 이제야 건강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습니다. 한 푼도 손해 보면 안 된다는 굳은 마음이 풀려, 전에는 손해라고 여겼던 ‘착한 마음’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모르는 사이 대학생 남매가 ‘착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게 됩니다. 이 경우만 아닙니다. ‘잘 사는 것’이 돈벌이 잘하고, 몸이 건강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의 건강이 중요하고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껴 알게 되고 실천하려 애씁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지닌 우리가 소수여서 이 사회에서 압력을 받습니다. “정신건강 사회운동이 밥 먹여주니?” “네 식구를 위해 돈벌이해야지!” 압력을 받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 글의 첫머리에서 이야기한 끔찍한 일들이 건강한 마음을 지녔다면 일어날 일이었을까요?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백쉰 명 아이들의 부모와 친구들이 우리 자신이라 생각하지 않나요? 낯선 곳에 와서 서글프게 고생하는 난민의 처지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닌가요? 쪽방에서 홀로 살고 있는 이들, 길거리에서 헤매는 젊은이들, 대학입시 압력에 몰린 아이들, 외모로 왕따 당하는 아이들이 모두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내몰고 있는 사람들이 또 우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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